횡단보도 사고로 전치 13주에도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던 이유
횡단보도 사고로 부사관의 꿈이 끊길 뻔했습니다
아는 분의 오토바이를 잠깐 빌려 탔습니다. 원래 어머니가 위험하다며 절대 타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날따라 호기심이 앞섰습니다. 이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떨어지는 느낌이 났습니다. 고개를 돌리는 그 찰나였습니다.
횡단보도 신호가 이미 녹색으로 바뀌어 있었고, 마을버스에 가려 보이지 않던 보행자분이 길을 건너고 계셨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분이 크게 다쳤습니다
피해자분은 50대 직장인 여성이었습니다. 좌측 골반과 손목 뼈가 심하게 부러졌고, 무릎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추를 매달아 뼈를 잡아당기는 수술을 받으셨다고 했습니다. 총 4곳의 병원을 옮겨 다니며 91일을 입원하셨습니다.
진단서에 찍힌 숫자는 13주였습니다. 중상해였습니다. 신호위반 가해자인 저는 20살에 형사재판을 앞두게 됐습니다.
그때 제가 가장 두려웠던 건 형사처벌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특전부사관 시험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한국사 2급 자격증을 따고, 컴퓨터활용능력 시험 접수도 마친 상태였습니다.
군 특성화 고등학교를 나왔고, 합기도 3단도 땄습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서 부모님 부담을 덜고 싶어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부사관 임용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신호위반에 중상해. 이 조합이면 금고형 이상이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벌금형을 받아내야 합니다
사고 후 석 달이 지난 후, 이현 변호사님을 찾아갔습니다.
처음 상담에서 변호사님이 말했습니다. "피해자분의 상해 정도와 신호위반이라는 과실 내용을 보면, 아무 조치 없이 재판에 가면 금고형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사관 결격사유가 될 수 있어요." 제가 이미 짐작하고 있던 말이었는데, 직접 들으니 다리가 풀렸습니다.
변호사님은 그 자리에서 목표를 하나로 잡았습니다. "벌금형을 받아내야 합니다."
감형이 목표가 아니라, 형의 종류 자체를 바꾸는 게 목표였습니다.
손해배상액 8,648만원에서 합의금 2,300만 원으로

변호사님이 말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합의입니다. 그리고 재판부에 단순한 반성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두 가지 방향이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첫째, 합의 협상
변호사님은 상대측의 진단서, 입원 기록, 직업 등을 분석해서 예상 손해배상액을 약 8,648만 원으로 산출했습니다. 그 위에서 두 가지 안을 만들었습니다. 민·형사 전체 합의안과 형사 및 민사 일부 합의안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보증금 4,000만 원짜리 전셋집에 살 만큼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코로나로 일이 크게 줄어든 신발 제조 장인이셨고, 어머니는 초등학교 사회복지사셨습니다. 전체 합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상대측은 초기에 엄벌을 강력히 요청하신 상태였습니다. 직접 연락하기 어려워하셔서, 저와 어머니가 상대측의 딸과 대리인에게 수십 차례 문자를 보냈습니다. 사과 문자였습니다. 길고 조심스러운 문자들이었습니다.
형사 합의금 1,500만 원과 민사 일부 합의금 800만 원, 총 2,300만 원으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부모님이 빚을 내서 마련한 돈이었습니다. 그리고 처벌불원서를 써주셨습니다.

둘째, 양형 자료
변호사님이 말했습니다. "재판부가 이 청년이 어떤 사람인지, 왜 이 결과를 받아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느껴야 합니다." 반성문과 탄원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저와 가족, 지인들이 작성한 수십 장의 탄원서와 함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인증서, 컴퓨터활용능력 시험 접수 내역, 특전부사관 신체검사 및 필기평가 안내 문자, 53기 2차 특전부사관 모집 공고문이 모두 법원에 제출됐습니다.
교통사고 사건에서 이런 자료가 제출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변호사님이 나중에 말해줬습니다.
판결 당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먼저 "피고인의 과실이 결코 가볍지 않고,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중하여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심장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러나 판결은 계속됐습니다.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점, 보험금과 별도로 2,300만 원을 직접 지급하여 합의를 이룬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의 나이와 환경을 모두 고려한다고 했습니다.
벌금 500만 원.
금고형이 아니었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인생이 바뀔 뻔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합니다. 변호사님 없이 혼자 재판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신호위반에 중상해. 초기에 엄벌을 원했었죠. 합의 없이, 양형 자료 없이, 전략 없이 재판에 갔다면 금고형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고형이 나왔다면 특전부사관 임용은 끝이었습니다. 그게 제 경우에는 단순한 전과 기록이 아니라, 제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삶의 방향 자체가 닫히는 일이었습니다.
합의도 혼자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릅니다. 저는 협상 경험도 없었습니다.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도 몰랐고, 어떤 조건으로 제안해야 현실적인지도 몰랐습니다. 그 복잡한 과정을 변호사님이 수치화하고 안을 만들어서 이끌어주셨습니다.
같은 상황에 계신다면
횡단보도 사고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갑자기 찾아옵니다. 피해가 클수록, 과실이 무거울수록 결과가 극단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저처럼 형의 종류 자체가 삶의 방향을 바꾸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이현 변호사님을 통해 벌금형을 받았고, 특전부사관의 길을 잃지 않았습니다. 전략이 있었고, 합의가 있었고, 재판부에게 저라는 사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계신다면, 혼자 결론을 내리기 전에 먼저 법률 전문가와 이야기해보시길 권합니다.
